Tora x 권준수
안녕하세요! 이번엔 Bedgar 작가분의 캐릭터인 Tora와 권준수의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제가 초창기에 이야기 나눈 캐릭터 중 가장 긴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만큼 정말 재밌게 즐겼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느와르 느낌의 이야기로 진행되어서 만족하였습니다. 처음엔 엄청난 용량으로 인해 공유가 불가능했었는데.. 문의를 넣었더니 사이트의 관리자님이 빠른 해결을 해주셔서 덕분에 이렇게 공유가 가능해졌습니다. 총 219턴을 사용하였는데 한번에 편집하기엔 방대한 양이라 4~5편에 나누어서 천천히 올릴 예정입니다. 이번 작품은 빠른 편집을 위해 일러스트는 제외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부디 즐겁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You walk into the gym on a windy afternoon. Everyone in the gym's attention is currently on one of the rings. You manage to see through the crowd, Tora, the club's senior, is in the middle of a high-speed sparring session.
This is your first time witnessing it for yourself. His laser-sharp focus in the ring. How he ducks and weaves and his terrifying strength. Enough strength in that punch that it drops his opponent, another senior club member. As he steps out of the ring, sweat dripping, he looks eyes with you.
흐음..안녕하세요..?
견학하러 온 권준수라고 합니다.
링에서 내려와 손목 테이핑을 풀던 손을 멈추고,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짧은 침묵. 한국어가 귀에 들어왔을 때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한 번 움직였다. 외국인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 낮고 고른 호흡으로 대답했다.
…한국어, 조금 한다.
땀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닦지 않은 채, 상대의 자세와 눈동자를 천천히 훑었다. 복서처럼 상대를 재는 시선이었다.
권준수..
견학이라고..?
한 발짝 다가서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목소리가 거의 속삭이듯 낮게 이어졌다.
여긴 쇼를 하는 곳이 아냐.
구경만 할 거면 구석에 있어. 방해되면 바로 내보낼거야.
장갑을 가방에 던져 넣으며 여전히 눈을 떼지 않았다. 말수는 짧았지만, 반응 하나하나를 읽고 있는 게 분명했다.
흐음...그래요..?
권준수 또한 그를 노려보며 분석하듯 관찰한다.
토라 또한 권준수의 시선을 알아챈다. 땀이 식기 전에 그대로 마주 선 채, 상대가 쏘아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짧게 숨을 고르고, 눈동자부터 어깨 라인, 주먹을 살짝 쥔 손끝까지 천천히 훑었다. 링 위에서 상대 호흡을 읽듯, 그 관찰을 다시 되받아치는 눈빛이었다.
…그래.
목소리가 낮고 평평했다. 톤을 올릴 생각도 없이, 그대로 눈을 맞춘 채 한 박자 늦게 말을 이었다.
노려보는 건 자유야. 근데 여기선 눈싸움으로 끝나는 일 없어.
테이핑 풀던 손가락을 완전히 멈추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그대로 거리를 유지했다. 입꼬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물어볼게 있다면 제대로 말해.
아니면 구석에서 조용히 봐. 준수.
권준수는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노려보는 그에게 재밌다는듯 눈을 가늘게 뜬다. 그 뒤 정중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좋아요..당신 말에 따르죠.
조용히 구석에서 구경만 할게요.
코너 쪽으로 물러서는 움직임을 끝까지 눈으로 쫓았다. 미소 짓는 입매와, 그 아래로 여전히 자신을 재고 있는 시선을 한 번에 읽었다. 테이핑을 완전히 풀어 손목을 한번 돌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리고...혹시 풀 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딱 보기에도..보통이 아닌거같아서요..
꽤 흥미롭네요.
토라.
짧게 끊었다. 성까지 붙이지 않았다. 한 박자 쉬고, 낮고 고른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거면 충분해.
보통이 아니어서 흥미롭다고?
글러브를 넣은 가방의 지퍼를 올리며, 토라는 시선을 권준수에게 다시 맞췄다. 톤은 변하지 않았다.
칭찬처럼 들리는데, 여긴 그런 말 필요 없는 곳이야. 구석에서 보겠다면 그렇게 해.
대신 말 걸 거면 이유가 있는 것만.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토라는 상대가 정말 조용히 있을지 호흡까지 재듯 잠시 더 바라봤다.
흠.. 그러죠.
권준수는 수긍하듯 고개만 끄덕이고 순순히 구석으로 간다.
토라는 권준수가 구석으로 물러서는 발걸음을 끝까지 바라봤다. 고개를 끄덕이는 움직임, 그 뒤 몸 전체로 전달되는 의도. 상대가 정말 조용히 있을 리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링 옆 벤치로 향했다. 손목을 몇 번 더 돌리며 긴장을 푸는 척했지만, 눈의 초점은 여전히 구석에 서 있는 그쪽을 놓지 않았다. 그의 숨소리, 체온, 압박감 같은 것들이 공기를 데우고 있었다.
타올을 목에 감았다. 땀이 찬바람에 식으면서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굴은 평온했다. 그저 피곤해 보였을 뿐이다.
다음 라운드는 한 시간 뒤야.
콧바람으로 가볍게 말했다. 상대를 직접 보지 않으면서도 그곳을 향해 말을 던졌다.
지금 그 말...무슨 의도죠..? 토라씨.
토라가 던진 말에 권준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의문스럽다는듯 질문한다. 토라는 타올을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돌려 권준수를 정면으로 마주봤다. 눈빛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 정확한 계산이 담겨 있었다.
의도..?
없어.
둘의 거리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링의 코너에서 벗어나 중앙으로. 상대를 재보듯 한 걸음씩, 리듬감 있게 움직였다.
그냥 사실이야.
다음 시합이 한 시간 뒤라는 것. 넌 거기 있을 거고.
토라의 발이 멈춰 섰다. 권준수의 눈과 자신의 눈 사이에 정확히 2미터의 거리가 남았다.
흥미롭다고 했으니까, 경기를 봐야지.
그게 구경꾼의 몫 아닌가?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단어들 하나하나가 다른 뜻을 담고 있었다.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듯, 가슴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했다.
토라는 권준수가 정말 조용히 있을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그렇죠..당신 말이 맞아요..
놓치기 아까운 구경인데 꼭 보고싶군요..
토라의 도발적인 발언에 권준수의 눈썹이 꿈틀하며 반응한 뒤 그를 보며 웃으며 말한다. 권준수의 웃음소리가 공기를 타고 들어왔다. 그 음역대, 그 리듬. 토라는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당신 허락을 받았으니 여기 더 남아있어도 되겠죠?
하하..기대되네요..?
토라..씨...?
아주...기대돼.
허락?
콧바람으로 작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진짜 웃음이 아니었다. 관찰자의 한숨 같은 것.
넌 이미 여기 있으니까, 있어도 되고 없어도 돼.
난 신경 안써.
점점 더 걸음을 옆으로 미끄러뜨리듯 옮겼다. 권준수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오는지 확인하려는 동작이었다.
기대하는 눈빛은 봤어.
처음엔 아니었는데.
멈춰 섰다. 이번엔 정말 가깝게. 2미터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뭔가 깨어났어.
아까부터.
네가 날 관찰하는 눈빛을 봤을 때.
토라는 몸이 근질거리는듯 목을 한 번 돌리며 몸을 푼다. 목뼈에서 뚜둑 소리 났다.
그런 얼굴은 처음 봤어.
여긴 맨날 같은 얼굴들뿐인데.
마지막 말은 권준수를 노려보며 던졌다. 마치 그를 분류하듯, 카테고리를 나누듯.
흠..그렇군요..? 신경 안쓴다라...
간혹 있거든요...구경꾼이 있으면 방해된다거나..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드러나서 싫어하는 사람이..
권준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토라는 턱을 한 번 들었다. 그리고 눈을 좁혔다.
방해? 그럴리가.
링의 로프를 한 손으로 집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천천히 감겼다.
난 상대만 봐.
상대의 움직임, 호흡, 눈의 흔들림. 그게 전부야.
관중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
로프를 놓고 다시 권준수를 마주봤다.
자신감이 대단하네요...토라
그리고..깨어났다니...그건 무슨 뜻으로 한 말이죠..?
자신감이 아니라 집중이야. 다른 거.
둘의 거리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제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깨어났다는 건...
말을 멈췄다. 정확히 1초의 침묵. 마치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한 박자 쉬듯.
너를 봤을 때 뭔가 달랐어. 처음부터. 다른 놈들과.
넌 링 위에서 뭔가를 찾고 있어.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목소리는 낮아졌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극받네.
눈동자가 움직였다. 권준수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날카로운 관찰력이네요. 토라...
놀라워..
과연...실력도 그럴지 더 궁금해졌어요..
하아....기네요...한시간 뒤의 스파링이라...
권준수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듯 주먹을 쥐었다 피는것 반복하며 손을 푼다. 토라는 권준수의 주먹이 쥐었다 펴지는 리듬을 봤다. 그 반복.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스파링 상대는 누구죠?
여기 있는 체육관사람?
그럼 상대가 안될것 같은데...
체육관 사람 맞아.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신입.
아마추어 출신.
실력은... 평범해.
토라는 천천히 걸어서 링의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권준수의 뒤를 지나가며, 그의 움직임을 감지하려는 듯했다.
넌 왜 물어봐?
멈춰 섰다. 다시 정면으로 돌아봤다. 눈은 차갑고 정확했다.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해? 너한테?
턱을 약간 들었다.
아니면...
내가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한 걸음 가까워졌다.
넌 내 스타일을 본 게 5분이 전부야.
근데 벌써 판단하는 거 보니, 너도 사람을 재보는 법을 알긴 알아.
그럼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침묵. 권준수의 답을 기다리며, 손을 천천히 주먹으로 쥐었다 펼쳤다. 마치 권준수의 움직임을 따라 하듯. 권준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토라의 질문에 대답한다.
글쎄..당신이 하는 말에서 유추하는 거죠...
당신 입에서 나온 스파링 상대의 실력은 평범하다라는 말은...당신기준에선..본인의 스파링 상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뜻일테니...
뭐...내 말이 틀렸다면 사과하죠.
토라는 권준수의 말을 듣는 동안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추론의 과정, 그 논리적인 연결. 입가에 아주 작은 움직임이 생겼다.
음.
단 한 글자. 그것뿐이었다.
몸을 돌려 링의 코너로 걸어갔다. 타올이 걸려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봤다.
틀리지 않았어.
정확해.
손가락으로 권준수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미안해 할 필요없어.
정답이니까.
다시 가까워졌다. 이제 1미터도 안 됐다.
사과 같은 건 필요 없어.
난 약한 상대를 이길 땐 쾌감이 없거든.
그건 싸움이 아니야.
그냥... 일일 뿐이야.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넌 뭐야?
넌 왜 여기 있어?
눈이 권준수의 얼굴을 훑었다. 마치 선수를 검사하듯.
진짜 이유를 말해 봐.
뭐...진짜 이유는 스파링에서 보여주는 당신의 실력을 보고 판단 한 뒤에 말하죠..
기대할게요..?
당신 실력...
그럼.. 그때까지 토라 당신은 남는 시간을 뭐하면서 보낼거죠?
토라는 권준수의 말을 듣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눈을 조금 더 좁혔을 뿐이었다.
실력을 확인하고 판단하겠다고 말하는 건가?
똑똑한 척 하는군.
돌아서서 링 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자신감 있는 움직임이었다.
시간?
그냥 있어. 여기서.
로커룸 쪽으로 가던 길을 멈췄다. 어깨 너머로 권준수를 봤다.
넌 뭘 할 거야?
계속 여기서 날 보고만 있을 거야?
토라가 숨을 고르듯 날숨을 내쉬었다. 깊고 차분한 호흡이었다.
링 위에서 뭘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아니면..
뭐가 더 필요해?
다시 돌아섰다. 이번엔 완전히 정면이었다.
1시간...
그 안에 넌 나한테 뭘 보여 줄 수 있어?
나도 궁금하군.
말을 끝내고 로커룸으로 들어가려 했다.
1시간....
길다면 길고..짧다면..짧죠..
난 누가 방해 받는건 딱 질색이라..
권준수는 토라를 관찰하는 눈빛이 한순간에 변한다. 포식자가 먹이감을 노려보는 눈빛. 토라는 권준수의 눈빛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 미묘한 전환. 마치 선수가 링 위에서 태도를 바꾸는 것처럼.
토라는 발걸음이 느려지더니 이내 라커룸으로 향하던 발이 멈췄다.
그리고...내가 뭘 보여 줄지는..당신 실력을 먼저 확인한 후에 정하죠.
어때요?
음.
다시 돌아섰다. 이번엔 눈빛이 다르게 바뀌어 있었다. 더 깊게. 더 집중해서.
방해받는 걸 싫어한다고..
천천히 다가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 눈 좋아.
방금 그 눈빛.
권준수와의 거리가 50센티미터 정도가 되자 멈춰 섰다.
내 실력 확인하고 정한다고?
좋아. 그렇게 하자.
깊게 숨을 쉬었다.
1시간.
기다려.
이번엔 정말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발걸음은 여전히 자신감 있었지만, 어딘가 다른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기대감. 또는 경계심.
뒤에서 권준수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가는 걸 느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
후우.. 기네..
1시간...
토라는 조용히 라커룸의 문을 닫으며 눈을 감고 시간을 기다린다
약속한 한 시간이 지나고 링위로 토라와 스파링 상대가 링위에 오른다. 저 멀리 구석에서 권준수가 조용히 그것을 관찰한다.
토라는 링 위에 올라섰다. 글러브를 끼운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준비 운동이었다. 몸은 이미 깨어 있었다.
스파링 상대는 신입 아마추어였다. 토라보다 키가 크고 체격도 좋았지만, 눈빛이 달랐다. 긴장. 그리고 두려움.
토라는 한 번도 상대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대신, 구석에 서 있는 권준수를 찾았다. 어둠 속에서. 그 자리를.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아주 짧게. 인사 같은 것이었다.
레프리가 외쳤다. "Round 1. Fight."
토라는 움직였다.
처음 몇 초는 거리 재기였다. 원형의 선 위를 천천히 도는 발. 상대의 호흡. 무게 중심. 한눈에 분석되는 모든 것.
신입은 서둘렀다. 너무 이른 첫 펀치를 날렸다.
토라는 몸 하나로 피했다. 손을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 상대의 임팩트가 공기만 자른 것 같은 음악을 남겼다.
그 순간, 토라의 왼손이 올라갔다. 갈비뼈를 향해. 정확하게.
신입이 떨렸다.
흐음....
권준수는 토라의 스파렝 경기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토라 또한 권준수의 시선을 느끼며 경기를 이어나간다. 토라의 움직임이 더 선명해졌다. 권준수의 시선을 느낀 순간부터.
신입은 이미 숨이 가팔라졌다. 갈비뼈 타격 이후로 방어만 반복하고 있었다.
토라는 상대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무작정이 아니었다. 모든 펀치에 의도가 있었다. 어디를 때릴 것인지, 얼마만큼의 힘을 쓸 것인지.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코너로 밀려난 신입이 팔을 감싸 얼굴을 보호하려 했다.
토라는 일부러 타이밍을 늦췄다. 상대가 반격할 기회를 만들었다. 약한 우측 크로스.
그 순간, 토라는 안쪽으로 스텝을 밟았다. 상대의 팔을 헤치고 짧은 훅을 날렸다. 턱 아래로.
신입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토라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 숨이 가쁘지 않았다. 심박수도 올라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구석의 권준수를 봤다.
눈이 마주쳤다. 이번은 더 길게.
권준수는 토라의 계산적인 움직임과 힘조절이 흥미롭다는듯이 작게 감탄하며 웃었다.
호오....
권준수의 토라를 분석하는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진 토라 또한 권준수와 눈이 마주친다.
재밌는데...?
토라의 입가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웃음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그저 근육의 움직임일 뿐이었다.
신입은 여전히 코너에 기대 있었다. 토라는 그를 보지 않았다.
대신 권준수를 봤다. 그 노골적인 시선을. 분석하는 눈빛을.
느꼈다. 이 사람은 다르다는 걸. 처음 느낌이 맞았다.
천천히 글러브를 내렸다. 신입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몸 전체의 초점은 권준수에게 맞춰져 있었다.
다음 라운드.
계속.
레프리에게 한 말이었지만, 목소리는 권준수에게 향하고 있었다.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전의 신입 상대 움직임은 '가르쳐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보여주는' 것이었다.
스텝이 더 정교해졌다. 펀치의 회전이 더 깊어졌다. 상대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신입은 맞기만 했다.
토라의 눈은 계속 권준수에게 가 있었다.
토라..
정말 흥미로워...
하아...참기 힘드네...
권준수는 상대를 압도하는 토라의 움직임을 보고 흥분한 눈빛으로 그를 관찰한다. 그의 주먹 또한 근질거리듯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토라는 권준수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눈빛. 주먹. 리듬.
이 사람이 흥분했다.
신입을 향한 펀치의 강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아직 컨트롤 범위 내였지만, 명확하게 다른 강도였다.
코너에서 벗어나려던 신입이 또 다른 훅에 맞았다. 이번엔 소리가 더 컸다.
토라는 숨을 골랐다. 짧게. 정확하게.
그리고 라운드의 마지막 30초 동안, 신입을 서서히 밀어냈다. 링의 중앙으로. 더 이상 코너가 없는 곳으로.
신입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직 토라의 손가락 하나 때문이었다. 떨어지라고 지시하는 손가락.
타종.
토라는 글러브를 터치했다. 신입과. 그리고 천천히 돌아섰다.
구석을 향해. 권준수를 향해.
글러브를 벗으면서 눈이 마주쳤다.
너.
한 단어. 그것만.
호흡은 고르고 침착했지만, 눈빛은 무언가를 사냥하는 육식동물의 그것이었다.
체육관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집중되었다.
권준수는 주먹을 풀고 웃으며 토라의 질문에 대답한다.
뭐죠..? 무슨 할말이라도..?
토라는 링을 나왔다. 천천히. 글러브를 벗으면서.
권준수 앞에서 멈췄다. 그 거리는 팔 길이 정도였다.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너.. 뭐하는 놈이야.
질문이라기보다 선언에 가까웠다. 토라의 낮은 목소리가 체육관의 소음을 뚫고 지나갔다.
짧은 침묵. 토라는 권준수의 반응을 기다렸다. 눈 깜빡임, 턱의 움직임, 어깨의 긴장. 모든 것을 본다는 듯이.
처음 온 장소에서 그냥 구경하려는 구경꾼 치고는...
토라가 한 발 더 다가섰다. 글러브에서 벗어난 손가락들이 살짝 펼쳐졌다.
넌...뭔가 다르거든.
말을 마친 후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권준수를 재는 것처럼. 무게를 달아보는 것처럼.
링 위에 올라와봐.
간단했다. 초대가 아니라 명령처럼 들렸다. 토라의 즉흥적인 결정에 권준수는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 지금 여기서요? 전 당신이 말한대로..
그와 동시에 권준수는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듯, 차분히 또박또박 말한다.
조.용.히 구.석.에.서 구.경. 만 했는데.. 문제라도..?
그리고...
체육관에 정적이 흐르고 모든 시선이 집중 된 것을 느낀 권준수는 다시 숨을 고르고, 토라에게 진정성 있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가 분명 말했을텐데요..
난 방해받는거 싫다고.
당신때문에 모든 시선이 우리한테로 집중된거..
안보여?
토라는 권준수의 말을 듣는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서 있기만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미세한 것들이었다. 광대뼈의 긴장. 턱선의 각도 변화.
권준수의 화를 느꼈다. 그리고 뭔가 더를 느꼈다.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상대의 스탠스를 재보는 복서처럼.
그렇구나.
한 발 물러섰다. 의도적으로. 권준수가 원하는 거리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근데 넌 자기 자신을 모르고 있네.
낮은 목소리. 거의 중얼거리듯이었다.
구경하는 게 아니야. 넌...
잠깐 멈췄다. 관찰하듯 눈을 좁혔다.
넌...찾고 있어. 뭔가.
글러브를 완전히 벗었다. 벗은 손을 타올로 닦으면서 돌아섰다.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 여긴... 네 말대로다.
하지만 가는 길에, 권준수를 한 번 더 흘깃 봤다.
눈빛이 달라졌다. 호기심이 더 진해졌다.
이해 해주니 다행이네요. 토라씨.
권준수는 주머니에서 종이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토라에게 건넨다
끝나면 이 번호로 연락해요. 난 카페같은 곳에 가서 시간 때울테니까.
모두가 돌아간 그때 연락하면 제가 토라씨 한테로 가죠 어때요?
토라는 쪽지를 받았다. 손가락 끝으로 잡았다. 마치 뜨거운 것을 다루듯.
번호를 한 번 봤다. 그리고 권준수의 얼굴을 다시 봤다.
쪽지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좋아.
한 단어. 하지만 그 안에 뭔가 다른 무게가 있었다.
권준수 쪽으로 몸을 틀었다. 이번엔 거리를 더 좁혔다. 충분히 가까워서 낮은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근데 한 가지.
눈이 마주쳤다. 직진하는 시선이었다.
넌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거든.
잠깐 멈췄다. 마치 펀치를 날리기 전 숨을 고르듯.
그게 뭔지... 나중에 얘기해줄 거지?
웃지 않았다. 진지했다. 관찰자의 진지함이었다.
그리고 한 발 물러섰다.
가. 그리고...
권준수가 돌아서기 전에 한 번 더 말했다.
한 번만 더 날 자극하려고 하면,
모두가 떠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거 같아.
위협이 아니었다. 단순한 관찰이자 예고였다.
당신이 한 질문의 답은...만나는 그때 말해주죠..
장담할게요.
그리고..
권준수는 토라를 흥분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의 어께에 손을 얹는다.
너야말로 날 자극하지마.
나도 지금 굉장히...참고 있는 거거든..?
꼭 연락해라. 토라
권준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체육관 밖으로 나선다
토라는 그 손을 느꼈다. 권준수의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몸이 경직됐다. 아주 짧게. 하지만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권준수의 눈빛을 마주했다. 그 안에 담긴 것들을 읽으려고.
흥분. 억제. 기다림. 그리고 뭔가 더.
턱이 움직였다. 깨물듯이.
알겠어.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권준수가 손을 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돌아서며 떠나가는 뒷모습을 봤다.
토라는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손을 들어 어깨를 쓸었다. 권준수의 손이 닿았던 자리를 .
주머니 속 쪽지를 느꼈다.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한숨이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거의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이.
뭐하는 거야, 나...
체육관의 소음이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토라의 집중력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권준수라는 이름. 그리고 그 눈빛.
시간이 지나 조용해진 체육관 안에서 토라가 혼자 남아 멍하니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토라는 링 위에 서 있었다. 혼자.
조용했다. 저녁 늦게 체육관에 남은 사람은 그뿐이었다.
글러브를 다시 끼웠다. 천천히. 의식적으로.
그리고 허공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하지만 리듬이 달랐다. 보통의 훈련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글러브를 벗고.
번호를 읽었다. 몇 번을 읽었다.
화면을 켜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화면만 봤다. 권준수의 번호.
그리고 그의 눈빛을 다시 생각했다.
"당신도 날 자극하지마... 나도 굉장히... 참고있는 거거든..?"
토라의 눈이 좁혀졌다.
문자를 썼다. 짧게.
나야.
토라
전송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권준수는 알림음과 함께 도착한 토라의 문자를 읽고 빠르게 답장한다.
드디어 연락했군...
네 연락 기다리고 있었거든.
까먹지 않았나보네?
토라는 문자가 들어온 것을 느꼈다. 즉각적인 답장이었다.
화면을 들었다. 읽었다.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갔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인정 같은 표정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움직였다.
까먹을 리가.
전송하고 한 박자 쉬었다.
내일 밤 10시. 링에서 봐.
문자를 보냈다. 그 다음 번호 옆에 주소를 쳤다. 버려진 체육관의 주소였다.
하지만 이번엔 보내지 않았다.
화면을 들고만 있었다.
링 위에서 권준수와 마주서는 장면을 그렸다. 이번엔 다른 목적으로.
훈련이 아니라.
진짜 싸움이 되는.
토라의 눈빛이 변했다. 차갑게.
마지막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하나 더.
천천히 타이핑했다.
이번엔 멈추지 않을 거야.
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에 있었다.
하지만 아직 누르지 않았다.
토라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 뒤, 전송 버튼을 누른다.
그래.
내일 밤 10시.
링에서 단둘이.
장소는 너희 체육관인가?
권준수는 토라의 문자를 받고 피식한 뒤 문자에 답장한다.
토라는 화면을 봤다. 권준수의 문자.
"단둘이."
그 단어가 자꾸 눈에 걸렸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아니야.
문자를 지웠다가 다시 썼다.
내가 따로 아는 곳이 있어.
아무 방해도 없이 싸울 수 있는 장소.
화면을 내려놨다. 생각하는 중이었다.
링을 바라봤다. 공식적인 그 링.
그리고 다시 화면을 들었다.
주소 보내줄게.
혼자서 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잠깐 멈췄다.
그 다음 한 문장을 더했다.
그리고 준비해.
진짜로.
전송했다.
토라의 호흡이 깊어졌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쪽지를 만졌다.
내일 밤.
혼자만의 링에서.
권준수와.
그의 눈빛이 다시 살아났다. 처음 스파링 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선명하게.
권준수는 토라의 도착 문자에 적힌 장소의 주소를 암기하듯 천천히 여러번 읽어내린후 토라에게 답장한다
그래.
너도 각오 단단히 해라.. 토라.
그리고..
이번엔 나도 멈추지 않을거니까.
토라는 권준수의 문자를 읽었다.
"이번엔 나도 멈추지 않을 거니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화면을 내려놨다. 잠깐.
그리고 다시 들었다.
좋아.
한 단어였다.
하지만 그 뒤에 권준수를 향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도전. 기대. 그리고 뭔가 더 어두운 것.
전송했다.
글러브를 다시 집었다.
하지만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다.
링 위에 서서 허공을 바라봤다.
내일 밤.
10시.
그곳에서.
토라의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 반복했다.
가슴이 빨라지고 있었다.
이건 스파링이 아니었다.
이건 훈련도 아니었다.
이건...
토라의 눈이 감겼다.
검은 링. 권준수. 그리고 규칙 따위 없는 싸움.
눈을 떴다.
화면을 다시 봤다. 권준수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이번엔 멈추지 않을 거니까."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짜 웃음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음날이 되었다. 밤 9시 30분 허름하고 으슥한 곳의 복싱 체육관 권준수는 30분 일찍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여긴가...?
복싱 체육관의 입구는 어두웠다. 은폐된 지하실 같은 분위기였다. 누군가는 이미 안에 있었다.
토라였다.
하지만 토라는 권준수를 바로 보지 않았다. 먼저 링 위에 있었다. 글러브를 끼고.
그의 움직임은 기계적이었다. 조합 펀치. 풋워크. 호흡.
마치 권준수를 기다리는 동안도 자신을 다듬고 있는 듯했다.
몸이 워밍업되면서 땀이 맺혔다.
그때 권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토라의 동작이 멈췄다.
천천히 돌아섰다.
링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봤다.
권준수를 봤다.
눈빛이 변했다. 계산하는 것처럼.
글러브를 낀 손을 천천히 풀었다.
30분 빨리 왔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뒤에 뭔가 깔려 있었다.
링에서 내려왔다. 권준수를 향해 한 발 한 발 걸었다.
가까워졌다.
너야말로
그만큼 기다렸다는 거지.
직접 눈을 마주쳤다.
그래...나도 마찬가지야.
참기 힘들었거든... 그때 체육관에 사람만 없었어도.. 바로 링 위로 올라갔을거야.
토라는 권준수의 말을 듣고 있었다.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마주보는 상태 그대로였다.
잠깐의 침묵.
그 침묵 속에서 토라는 권준수를 재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너야말로 벌써 와있었군.. 상태를 보아하니..도착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한 시간 전에 왔어.
목소리가 낮았다.
한 발 물러섰다. 아니, 물러난 게 아니라 거리를 재는 것처럼 보였다.
글러브 끼고 있었고. 링 위에서.
토라의 어깨가 움직였다. 가볍게. 마치 글러브를 다시 끼기 위한 준비처럼.
눈이 권준수의 손을 스쳤다. 그리고 다시 얼굴로.
참고 있던 게 뭔지 알아.
말의 끝이 약간 날카로웠다.
링으로 돌아섰다.
옷 벗고 올라와.
글러브를 다시 끼기 시작했다. 손목을 감싸는 테이프를 조였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링 위에 서서 펀치백처럼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보아하니 너도 마찬가지였나보네.
일찍오길 잘했군.
권준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자신의 글러브와 마우스피스를 꺼낸다. 그리고 천천히 옷을 벗어 가방 안에 집어넣고 팬티 한장만을 걸친 체 글러브와 마우스피스를 끼고 링 위에 오른다.
너도 나처럼 옷 다벗고 올라와라. 걸리적거리니까.
권준수는 웃으면서 토라가 한 말을 되돌려주듯 말한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토라는 권준수가 링 위로 올라오는 것을 봤다.
팬티 한 장. 글러브. 마우스피스.
토라의 눈이 권준수의 몸을 훑었다. 계산하듯.
근육. 자세. 호흡의 패턴.
권준수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짧은 웃음.
좋아.
토라는 글러브를 벗었다. 천천히. 의도적으로.
그리고 자신의 반바지를 내렸다.
동작은 담담했다.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은 권준수에서 떠나지 않았다.
토라도 팬티 한 장만 남겼다.
글러브를 다시 끼웠다. 손목을 단단히 조였다.
마우스피스를 물었다.
링 위에 섰다.
권준수와의 거리는 약 2미터.
토라의 호흡이 깊어졌다.
눈이 권준수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열려 있었다.
어깨가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준비 완료.
토라는 권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움직임은 권준수 것이 될 것 같았다.
시작하기 전에.. 서로 정식으로 자기소개하지.
내 이름은 권준수 한국에서 왔다. 그곳에선..보시다시피 복싱을 했지.
우리 둘이 붙어보기 전에 궁금한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라 토라. 네가 궁금해 하는건 다 말해주지.
토라는 권준수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우스피스를 뺐다.
긴 침묵이 있었다. 토라는 말하기 전에 항상 잠깐 멈췄다.
권준수.
이름을 되뇌었다. 마치 상대를 분석하듯.
한 발 가까워졌다.
한국.
보이는 대로 복싱.
토라의 눈이 권준수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눈. 턱. 어깨.
그런데 너는 이미 말했잖아.
참고 있다고.
목소리가 낮았다.
체육관에 사람만 없었어도 올라갔을 거라고.
멈췄다.
넌 뭘 원해?
권준수.
토라가 권준수의 이름을 부를 때 톤이 변했다. 미묘하게 더 직접적이었다.
스포츠 복싱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
그 이상의 뭔가.
글러브를 낀 손을 옆으로 내렸다.
링 위에서 상대를 망가뜨리고 싶은 거야?
아니면... 다른 거?
그래...시작부터 본론이군.. 마음에 들어..
그래 네 말이 맞아. 한때 스포츠 복싱이 주종목이었지.. 너처럼..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이미 너도 알고 있는 눈치인데..?
토라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상대의 거짓말을 즉시 감지하려는 듯.
진심으로 말해.
그럼 나도 묻지 토라.
네가 나에게 원하는건 뭐지? 너도 숨기지말고 진심으로 말해 아니면 난 다시 떠날거다.
토라는 권준수의 질문을 받았다.
마우스피스를 다시 물지 않았다.
길게 숨을 쉬었다. 링 위에서 계산하는 숨.
눈이 권준수와 마주쳤다. 흔들리지 않는 눈.
아니.
넌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
확신해.
목소리가 낮고 명확했다.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제 거리는 1미터 반 정도.
좋아.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려줄게.
잠깐의 침묵. 호흡을 고르는 시간.
난 지금까지 싸웠던 모든 상대가 다 거짓이었어.
돈이고,
명예고,
미디어고...
모든 게 다 가짜였어.
어깨가 움직였다. 긴장이 흐르는 움직임.
너는 달라.
처음 너를 봤을 때 알아봤어.
눈이 권준수의 몸을 따라갔다.
넌 진짜야.
링 위에서도, 지금도.
글러브를 낀 주먹이 가슴 앞에서 천천히 원을 그렸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너야.
말이 끝났을 때 토라의 눈이 더 깊어졌다.
권준수.
가짜가 아닌,
진짜와의 싸움.
마우스피스를 다시 물었다.
준비 자세로 돌아섰다.
그래..? 너도 나와 똑같았군... 나도 그랬지...돈이고..명예고..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조차 날 만족 못시켰거든...
슬슬 재미좀 보려고할땐 이미 경기는 끝나거나 심판의 방해로 멈추고..상대 선수는 별볼일 없는 실력으로 지루하고 시시했지..
그래서 이곳 저곳 떠돌아 다녔고..어쩌다 보니 이곳에 와서..널 만난거지..
그리고 널 보고 확신했거든. 나와 비슷한 부류라는걸..
권준수의 말을 들으며 토라의 얼굴이 변했다.
마우스피스를 다시 뺐다.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권준수를 바라봤다. 오래.
그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우리는 같은 부류야.
글러브를 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한 번.
스포츠는 거짓. 규칙은 거짓. 심판은 거짓.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제 거리는 1미터 안팎.
링 위에서 상대가 무너지는 것.
그 표정. 그 몸짓. 그 흔적.
눈이 권준수의 입가를 지나갔다.
그게 진짜야.
잠시 멈췄다.
난 너를 봤을 때 처음으로 느껴본 거야.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었다.
이 링 위에 진짜가 있다는 걸.
자세를 낮췄다. 파이팅 스탠스.
넌 여태까지 내가 찾던 사람이야.
권준수.
호흡이 깊어졌다.
진짜로.
눈이 권준수의 모든 움직임을 포착하려 열려 있었다.
이제 시작이 임박했다.
토라의 솔직한 대답에 권준수는 전율하듯 몸을떨며 황홀한 눈으로 토라를 보며 미소짓는다,
아아...그래 맞아... 역시 내 눈이 틀리지않았어... 좋아 토라...아주좋아...
토라는 권준수의 전율하는 몸과 황홀한 눈을 바라봤다.
마우스피스를 다시 뺐다.
호흡이 가빠졌다. 링 위의 호흡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호흡.
권준수의 미소를 오래 봤다.
넌 정말...
하아........
그럼 마지막으로...
네가 이기면 나에게 뭘 원하지? 뭐든 상관없으니 말해봐. 보상이 있어야 더 뜨겁게 달아오르잖아?
말을 끝내지 않았다.
글러브를 낀 주먹이 천천히 권준수의 턱 옆에 올라왔다. 닿지 않은 채.
거리는 몇 센티미터.
내가 이기면.
목소리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눈이 권준수의 입을 따라갔다.
넌 내 거야.
마우스피스를 다시 물었다.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눈은 떨어지지 않았다.
링 위에서 넌 내 상대야.
파이팅 스탠스를 다시 잡았다.
그 다음은... 끝나고 난 뒤에.
호흡이 깊고 리듬감 있었다.
먼저 널 링에서 부숴야 하니까.
턱을 쓸어 내렸다. 시작의 신호.
준비됐어?
하하하하!! 좋아! 네가 이기면 날 가져! 네 맘대로 해도 좋아! 부숴버리든, 망가뜨리든, 유린하든, 그 뭐든지!
아아...토라 네가 처음이야... 그런 말을 해준건.... 나랑 마음이 똑같은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그래서 너무 행복해! 왜 이제야 만난건지 후회될 정도로!
권준수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토라를 노려본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눈앞의 먹이를 바라보듯
권준수는 자신 앞의 토라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듯 혀로 입술을 핥는다.
내가 이기면...내가 널 갖겠어 토라. 절대 안놓아줄거야. 누가 이기던...서로를 차지하겠네..?
자 마지막 기회야. 시작하면 포기할수 없어.
토라는 권준수의 탐욕스러운 눈빛과 광기 어린 웃음을 들었다.
마우스피스를 물었다가 다시 뺐다.
심장이 요동쳐 온다.
더욱 빠르게.
후회?
목소리가 떨렸다. 아주 살짝.
처음이었다.
넌... 진짜 미쳤어.
웃음이 나왔다. 낮고 건조한 웃음.
좋아. 넌 내 거야. 내가 이기면.
글러브를 낀 주먹이 가슴을 쳤다. 한 번.
그리고 넌 날 가질 거야. 이기면.
눈이 어두워졌다.
어느 쪽이 되든...
파이팅 스탠스를 완벽하게 잡았다.
우리는 이제 돌아갈 수 없어.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거짓은 없어.
권준수를 바라봤다. 링 위의 상대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시작할까?
그래..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정정하지..
마우스피스를 물었다.
어깨가 움직였다. 긴장 속의 준비.
눈은 권준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너도 미친건 마찬가지야.. 보통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포기하고 도망가는데.. 넌 아니잖아? 그러니 너랑 나는 같은부류인거야.
부정하지마 토라. 자.. 덤벼!
토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우스피스를 깨물었다.
그래.
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나왔다.
권준수를 향해 한 발 내딛었다.
난 미쳤어.
네 말이 맞아.
어깨가 회전했다.
난 지금 처음으로 누군가를 원해.
넌 알지?
그 느낌.
눈이 어두워졌다.
상대를 보고 싶은 욕망.
링 위에서 부숴지는 그 표정을 보고 싶은 욕망.
발이 바닥을 밀었다.
난 너를 봤을 때 알았어.
넌 내 거야.
권준수를 향해 천천히 원을 그리며 다가갔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싸울 거야.
주먹을 쥐었다. 글러브 안에서 손가락들이 경련했다.
왜냐하면...
눈이 만났다.
내가 가져야 할 상대가 바로 너니까.
첫 번째 잽이 나갔다. 테스트 펀치. 빠르고 정확하게. 권준수는 토라의 잽을 가볍게 피한다.
그래...맞아..
상대가 내 주먹에 맞고 얼굴이 왜곡되고.. 고통스러워하는 표정과 반응.. 그리고..링 아래에서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꿈틀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그 순간만이 날 살아있게 하잖아.. 너도 그렇지? 안그래? 토라?
권준수는 말이 끝난 뒤 토라의 공격을 반격하듯 주먹을 휘두른다.
토라는 권준수의 주먹을 어깨로 받아냈다.
충격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우스피스를 깨물었다.
그래.
목소리가 거칠었다.
권준수의 눈을 봤다. 그 황홀한 빛을.
그런데 넌...
발을 빼며 거리를 조절했다.
네가 처음이야.
나랑 같은 눈을 가진 상대가.
호흡이 가빠졌다.
그 표정.
그 욕망.
내가 만들어낸 상처와 피를 보며 흥분하는 모습.
다시 원을 그리며 다가갔다.
난 그걸 보고 싶어.
권준수 네가 내게 보여줄 그 표정을.
주먹이 나갔다. 이번엔 더 강하게. 옆구리를 노렸다.
눈은 권준수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마우스피스 사이로 숨을 몰아쉬었다.
내 손에 부숴지는 너.
그게 내가 원하는 욕망이야.
다음 펀치를 준비했다.
링 위에서 둘의 호흡이 맞아떨어졌다. 사냥꾼과 피식자가 아니라 같은 종의 포식자끼리.
토라의 펀치를 받아내며 권준수는 웃음이 터진다.
나도 마찬가지야.
너의 그 고고한 얼굴이 내 주먹으로 인해 일그러지는걸 보고싶어 토라..
정말 기대되네.. 넌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권준수는 본격적으로 매서운 주먹을 토라에게 몰아붙이며 압박해온다.
토라는 권준수의 연타를 팔로 막아냈다.
충격이 팔뚝을 타고 흐르며 근육이 긴장했다.
마우스피스를 깨물며 물러섰다.
좋아.
숨이 가빴다.
권준수의 눈을 마주쳤다. 그 광기 어린 빛이.
그럼 잘 봐.
발을 딛고 몸을 날렸다.
처음으로 토라는 계산을 버렸다.
속도가 올라갔다. 정확성 대신 강도를 선택했다.
권준수의 갈비뼈를 노리는 훅이 나갔다. 빠르고 거칠게.
눈은 권준수의 얼굴에 박혔다.
넌 내 것이 될거니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날 만족시켜야 해.
다음 펀치가 준비되고 있었다. 왼쪽 잽.
링 위의 토라는 이제 다른 사람이었다.
냉철함이 남아있지만, 눈 속에는 욕망이 타올랐다.
권준수와 같은 부류.
같은 광기.
같은 욕망.
서로의 주먹이 상대방에게 오가며 묵직한 타격음이 고요했던 체육관에 울려 퍼진다.
권준수는 토라의 펀치를 비스듬히 피하며 반격으로 상단 훅을 노린다.
걱정마..! 토라. 네가 만족하지 않을리가 없거든... 장담할게.
그리고 아직 모르는 거잖아..? 누가 누구의 것이 될지는..
토라의 턱이 권준수의 훅에 스쳤다.
머리가 흔들렸다.
한순간의 맑은 통증이 뇌를 관통했다.
마우스피스를 깨물었다.
아.
낮은 웃음이 나왔다.
피가 입 모서리에서 맺혔다.
토라는 권준수를 노려봤다.
그 자신감. 좋네.
발을 재정렬하며 다시 들어섰다.
이번엔 더 신중했다. 하지만 눈은 더 어두워졌다.
권준수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각도를 계산하고 있었다.
넌 내가 망가뜨리는 것만 원하는 줄 아는데..
몸이 회전했다.
왼쪽 몸통을 노리는 강한 훅을 날렸다. 권준수의 반격 타이밍을 노린 것이었다.
호흡이 가팬다.
근데 난...
눈이 권준수의 입꼬리를 쫓았다.
널 쓰러뜨리고 소유하게 될 상대야!
링 위에서 두 사람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토라의 냉철함과 권준수의 야성이 충돌했다.
토라의 공격을 전신으로 받아내며 웃는다.
아아..토라..좋은 펀치야...짜릿해!
하지만...그 정도로는 부족해!
권준수는 토라의 공격을 되돌려주듯 똑같이 따라하며 토라에게 적중한다.
토라의 옆구리에 권준수의 주먹이 박혔다.
한 순간 숨이 끊겼다.
몸이 굽혀지고, 발은 멈췄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는다.
마우스피스를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크윽.
목에서 낮은 신음이 나왔다.
권준수의 얼굴을 봤다. 그 황홀한 표정을.
그의 입 모서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토라도 마찬가지였다. 턱에 멍이 들어가고 있었다.
호흡이 가팬다.
좋아. 이제 시작이군.
발을 딛고 일어섰다.
거리를 좁혔다.
이번엔 수비적이지 않았다.
오른쪽 스트레이트가 날아갔다. 권준수의 코를 노렸다. 강하고 정확하게.
동시에 왼쪽 무릎이 올라갔다. 몸통을 노린 것이었다.
눈은 권준수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링 위에서 토라는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욕망에 타올라 있었다.
권준수와 같은 깊이로.
좋은시도야 토라...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공격이라는 건가?
하지만..
권준수는 재빠르게 뒤로 백스텝하며 토라의 무릎을 피하는 동시에, 팔로 토라의 펀치를 흘리면서 그의 턱에 어퍼를 꽂아넣는다.
욕심부리면...둘다 잃는법이지.
커헉...
토라의 턱이 위로 튀어올랐다.
뇌가 흔들렸다.
한발 물러섰다.
피가 입에서 흘렀다.
마우스피스를 뱉어냈다.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권준수를 봤다.
눈이 더 어두워졌다.
....
좋아.
목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혓바닥으로 입술의 피를 닦았다.
이제 토라는 더 이상 계산하지 않았다.
링 위에서 발을 재정렬하며 다시 들어섰다.
어깨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권준수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넌 정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몸 전체를 사용한 강력한 왼쪽 훅이 나갔다. 권준수의 옆구리를 노렸다.
동시에 오른쪽 어깨가 올라왔다. 방어도 준비되고 있었다.
눈은 권준수의 얼굴에 박혀있었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내 것이 맞아.
아아...토라..
그 눈빛과 표정이..!
정말 날 흥분하게 만들어...
토라의 주먹이 권준수의 광대뼈를 스쳤다.
동시에 권준수의 펀치가 갈비뼈에 박혔다.
숨이 끊겼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밀착된 거리. 토라는 이 거리를 좋아했다.
권준수의 눈을 똑바로 봤다.
권준수는 토라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그가 내민 주먹을 맞으면서도 그 빈틈에 카운터 펀치를 치면서 집요하게 밀착해오며 밀어붙인다.
토라를 천천히 코너로 몰아 넣는 권준수와, 그의 빈틈을 찾으며 신중하게 가드하며 반격을 노리는 토라.
으윽.
낮은 신음이 나왔다.
피가 입에서 흘렀다. 권준수의 펀치 때문이었다.
옆구리도 욱신거렸다.
하지만 토라의 눈은 더 선명해졌다.
밀착된 상태에서 토라는 짧은 어퍼를 권준수의 턱 아래로 날려 적중시킨다.
가까운 거리에서 나오는 펀치였다. 기술이라기보다는 분노였다.
크허억..!
넌...
호흡이 거칠었다.
토라의 주먹이 권준수의 어깨를 파고들 듯 밀어냈다.
마치 팔싸움을 하는 것처럼.
내가 망가뜨려야 할 상대야.
토라의 시선이 권준수의 입 모서리의 피를 따라갔다.
지친 두 사람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클린치를 시도하며 서로의 어깨에 턱을 얹고 숨을 고른다.
토라도 권준수도 둘 다 만신창이였다.
온 몸 곳곳에 멍이 들고. 얼굴은 점점 부어오르며, 맞은 곳에선 피가 흘려내렸다.
하지만 둘의 눈빛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을 밀어붙이던 권준수가 토라의 귀 옆에서 작게 속삭인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야...토라.
좀 더 보여줘..?
권준수는 토라의 어퍼컷에 답례하듯 토라에게 가까이붙어 어퍼로 그의 복부를 집요하게 노린다
어때 토라..
마음에들어..?
방금 어퍼컷에 대한 내 답례야..
마음껏 즐겨줘..?
토라의 복부에 권준수의 어퍼컷이 깊숙하게 박혔다.
숨이 차올랐다. 기관지를 누르는 고통.
하지만 토라는 웃음이 나왔다.
낮고 깊은 웃음이었다.
권준수의 귀에서 떠나지 않는 목소리.
진짜...
한 손으로 권준수의 목을 잡았다. 밀착한 상태에서.
눈은 권준수의 눈과 맞닿아 있었다.
넌 날 미치게 하는군.
권준수.
토라는 복부의 고통은 애써 무시했다.
무시할 수 있었다.
토라는 권준수를 더 깊게 끌어안았다.
턱이 권준수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목에 힘이 들어갔다. 진짜 목을 조르려는 게 아니라 제압하려는 몸짓이었다.
권준수.
넌... 날 원해?
토라의 숨결과 속삭임이 권준수의 귓가를 자극한다.
거칠고 뜨거웠다.
토라의 왼쪽 무릎이 올라왔다. 권준수의 다리 사이로.
이건 더 이상 기술이 아니었다.
욕망이었다.
토라의 몸 전체가 권준수를 놓지 않으려 했다.
토라의 행동에 권준수는 그의 목을 물어뜯듯이 깨물며 대답한다.
그래. 원해..
그게 아니라면..
너에게 내 연락처를 주지도 않았고..
지금 여기서 너와 단 둘이서 있진 않았겠지...
토라의 목에 권준수의 이빨이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통증이 퍼지듯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토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권준수를 더 단단하게 끌어안았다.
자신의 목에서 흐르는 피의 감각이 명확했다.
토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권준수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빛을 보고 있었다.
....
토라 너도 마찬가지잖아..?
네가 날 원하지 않았다면..
연락처를 받고 문자를 남기지도..
지금 이렇게 나와 단 둘이서 싸우지도 않았겠지..
안그래..?
두 사람 사이에 한참의 침묵이 있었다.
서로의 호흡 소리만이 체육관에 울린다.
거칠고, 깊고, 통제되지 않는, 원초적인 숨소리.
그리고 토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 맞아.
목소리는 더 이상 냉철하지 않았다.
원시적이었다.
권준수.
넌 내 꺼야.
손이 권준수의 머리를 움켜쥐듯 당겼다.
얼굴을 자신 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토라의 이마가 권준수의 이마와 서로 닿았다.
수 센티미터 거리의 망막에서 서로의 얼굴이 비춰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인것 같군.
이제 링을 내려가. 권준수.
토라의 목에서 이빨 자국으로 인해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 우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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