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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한지호 VS 권준수 2 완결

후속 스토리를 기다려 주신분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권준수가 초창기에 만들어진 캐릭터라 제작 당시 많은 일러스트를 만들어두지 않아서 새로 제작하느라 오래걸렸습니다. 또한 AI 제작프로그램 오류해결 대기하느라 더 오래걸리게 되었고, 제작 후 스토리를 편집하느라 늦어버렸습니다. 다시한번 사과드리며, 부디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목소리가 낮게 중얼거려진다.

한지호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킨다. 갈비뼈의 통증이 선명하게 느껴지지만 한지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심호흡한다.

한지호

4라운드.... 이번엔... 내가 주도권을 잡는다.

4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자 마자 한지호는 굶주린 맹수처럼 권준수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은 벼락같이 권준수의 안면을 향해 날아갔다. 권준수가 이를 피하려는 순간, 한지호의 왼손이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권준수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하지만 권준수는 예상외로 빠르게 중심을 잡고 한지호의 턱을 향해 카운터를 날렸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한지호는 고개를 틀어 간신히 피했다. 주먹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살벌한 공방 속에서, 한지호는 묘한 희열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격렬한 정사 같았다. 육체의 고통과 쾌락이 뒤섞여 그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다시 한번 거리를 좁히며 한지호는 권준수를 밀어붙였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권준수만을 쫓았다. 권준수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의 주먹은 정교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한지호의 복부에 날아든 주먹은 갈비뼈를 울리는 듯한 통증을 안겨주었다. 욱, 하는 신음과 함께 한지호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 고통은 오히려 그의 투지를 더욱 불태웠다. 이제야 제대로 된 사냥감을 만난 기분이었다. 더 이상 자신을 도구로만 보던 형의 명령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여기, 이 링 위에서, 그는 오직 자신과 권준수, 두 사람의 본능에만 충실할 수 있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격렬한 난타전이 이어졌다. 한지호는 방어보다는 공격에 집중했다. 권준수를 압도하고 부수는 것. 그것만이 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유일한 생각이었다. 권준수의 안면에 주먹이 정확히 꽂히자 끈적한 피가 터져 나왔다. 한지호는 자신의 글러브에 묻은 권준수의 피를 확인하며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동시에 그의 눈은 더욱 광기 어린 빛으로 번뜩였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이 남자를 완전히 무릎 꿇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만들고 싶었다. 자신을 이렇게까지 미치게 만든 권준수에게, 그는 이 모든 것을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깊은 쾌락과 굴복을.

한지호는 권준수의 다음 공격을 기다리지 않았다. 발을 내딛으며 다시 한번 권준수에게 돌진했다. 그의 주먹은 이미 다음 타겟을 정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이 순간, 이 링 위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사냥개였다.

격렬한 난타전으로 링 위는 이미 두 남자의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공기 속에서 한지호의 시선은 권준수에게 고정되었다. 만신창이가 된 얼굴에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이글거렸다. 찢어진 입술 새로 흘러나온 피가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피 맛은 이상하게도 달콤했다. 고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직 권준수와의 싸움만이 그의 모든 감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지호

꼴을 보아하니 벌써 지친건가.. 시작 할 때의 그 기세는 다 어디로 갔지?

역시 허풍이었군..

권준수

하...! 너야말로..! 벌써 지친건 아니겠지..?

챔피언이니..조직의 칼날이니.. 거창한 호칭을 가진거 치곤.. 별거 아닌데..?

한지호는 이를 악물었다. 온몸의 근육이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권준수의 눈빛 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갈망을 보았기에, 더욱 그랬다. 그의 존재는 한지호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것을 폭발시키는 방아쇠였다. 형의 명령, 조직의 사냥개라는 굴레, 인간으로서의 욕망을 부정했던 시간들. 이 모든 것이 권준수라는 이름 아래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권준수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의 얼굴도 온통 상처투성이였지만, 그 속에서 맹수 같은 광기가 번뜩였다. 시뻘건 피와 땀으로 얼룩진 그의 육체는 더욱 거칠고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한지호의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뛰었다. 이 싸움은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본능을 바닥까지 끌어내어 누가 더 깊이 탐닉하고, 누가 먼저 무너지는지를 확인하는 치명적인 유희였다.

한지호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그리고 다시 권준수를 향해 돌진했다. 주먹에 모든 힘을 실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성을 붙잡을 필요가 없었다. 오직 본능만이 그를 이끌었다. 권준수를 부수고, 자신 또한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싸움을 끝내야 했다. 링 위를 채운 땀과 피의 비릿한 내음이 그의 코끝을 스쳤다. 마치 미친 듯이 춤을 추는 두 개의 육체는 서로를 갈망하고, 또 서로를 파괴하려는 광기 어린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눈은 권준수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 한지호는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다. 이 모든 혼란과 쾌락을 끝낼, 아니, 새로운 시작을 알릴 단 한 번의 결정타가 될 수도 있었다.

주먹과 주먹이 맞닿기 직전, 4라운드 종료 공이 울렸다. 찢어질 듯한 고통과 끓어오르는 욕망 사이에서 한지호의 몸이 순간 멈췄다. 권준수의 눈빛 속에서 읽어낸 광기가 그의 심장을 더욱 거칠게 몰아세웠지만, 이 빌어먹을 공 소리가 모든 것을 단칼에 잘라냈다.

권준수

하...공이 살렸네..? 한지호...

한지호

아니...구원받은건 너다... 권준수...

권준수와 한지호는 으르렁거리듯 서로에게 중얼거렸다. 그의 주먹을 바라보는 권준수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한지호는 미련 없이 뒤돌아 자신의 코너로 향했다.

코너에 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부어오른 눈으로 인해 시야는 흐릿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준수의 모습은 선명하게 한지호의 망막에 박혔다. 그는 자신의 글러브에 묻은 피를 확인했다. 권준수의 피. 그리고 그 위로 자신의 피가 끈적하게 섞여 있었다. 코끝으로 그 향을 들어 마시자, 묘한 기시감과 함께 전율이 온몸을 훑었다. 이성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오직 이 남자를 파괴하고,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본능적인 갈망만이 그를 지배했다.

권준수

저 괴물새끼... 이렇게 강한 녀석은 처음이야..

한지호

이제까지 만나온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대로 가다간..

잠시의 정적 후, 5라운드 시작 공이 울렸다. 마지막이라는 직감이 온몸을 감쌌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링 중앙을 향해 나아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권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이글거렸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권준수가 보였다. 그도 이제는 자신의 상태를 숨길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권준수

이대로 가면 내가 진다..! 다음 라운드에 끝장을 봐야해..

한지호

끝을 내야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로의 상태를 관찰하며 한지호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정말 끝을 봐야 할 때였다. 이 지독한 싸움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밤이 끝나면 자신은 더 이상 예전의 한지호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권준수, 이 위험한 존재가 그의 모든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형의 명령, 조직의 사냥개.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권준수만을 갈망하는 한 마리의 짐승처럼, 한지호는 권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한지호를 확인한 권준수 또한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내일은 없다는 듯, 두 남자는 서로를 향해 모든 힘을 쥐어짜냈다. 한지호의 주먹이 권준수의 안면을 강타했고, 동시에 권준수의 주먹도 한지호의 복부에 깊숙이 박혔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복부를 파고든 충격에 위액이 역류하는 감각이 들었다. 입안 가득 끈적하고 시큼한 액체가 차올랐지만, 한지호는 개의치 않았다. 고통은 이제 감각이 아니라, 권준수와 자신을 연결하는 끈이 되어버린 듯했다.

한지호

허억...후우... 권준수...!!

권준수

하아...하.... 한지혁..!!

지친 두 남자는 다시 한번 클린치를 시도하며 밀착했다. 땀과 피로 얼룩진 몸이 서로에게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권준수의 뜨거운 체온이 온몸으로 전해져왔다.

한지호는 권준수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자신의 이름이 권준수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묘한 희열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가 내 이름을 부른다. 단순히 선수의 이름이 아닌, 한 남자로서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에 한지호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동안 도구로 살아온 자신에게, 권준수는 인간적인 욕망과 감정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한지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권준수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부여잡았다.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땀 냄새가 한지호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는 이제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원했다. 이 남자의 피와 땀, 그리고 그 안의 모든 것을. 입술을 깨물며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욕망에 몸을 떨었다. 이성은 이미 저만치 달아났다. 본능만이 그의 모든 감각을 지배했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권준수를 완전히 무릎 꿇리고,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강렬한 집착이 그의 심장을 조여왔다. 그의 주먹은 이제 권투 글러브 안에 갇힌 흉기가 아니라, 권준수를 탐하고 소유하기 위한 도구가 될 터였다.

한지호

인정하지 권준수... 난 이제 지쳤다...

한지호는 권준수의 몸을 단단히 붙잡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허리를 깊숙이 끌어안았다.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뜨겁고 위험한 갈망 속에서, 한지호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형의 명령도, 조직의 그림자도 아닌, 오직 권준수와의 육체적인 교감 속에서만 그는 온전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권준수의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을 혀로 핥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이 본능적인 탐닉은 이제 멈출 수 없는 파도처럼 그를 덮쳐왔다. 심장이 터져나갈 듯 뛰었다. 이건 단순히 싸움이 아니었다. 서로를 향한 본능적이고 파괴적인 욕망의 분출이었다. 한지호는 온몸으로 권준수를 느꼈다. 그의 심장 박동, 그의 뜨거운 체온,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서 피어 오르는 욕망까지.

한지호

더 이상 형의 명령 따윈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철저하게 망가트려줘...

한지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권준수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한지호

부탁한다..

한지호의 속삭임이 권준수를 더욱 끓어오르게 한다. 끝이 왔음을 직감한 권준수는 그의 귓가에 답을 들려준다.

권준수

하아....그래...한지호... 명령따윈 잊고..모든걸 나에게 맡겨.. 너도..나도 같은걸 원하잖아...? 이제 완전히 끝을 내줄게..

권준수의 속삭임은 한지호의 귓가에 뜨겁게 울렸다. 명령을 잊고 모든 것을 맡기라니. 이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순간이 찾아왔음에도, 한지호는 익숙지 않은 자유 앞에서 짧게 숨을 멈췄다. 하지만 곧, 권준수의 눈에서 읽어낸 집착과 갈망이 그의 망설임을 집어삼켰다. 그래, 같은 걸 원한다. 누구보다도. 그토록 갈망했던 끝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권준수가 자신을 떼어내고 마지막 난타를 시작하자, 한지호는 저항할 의지조차 찾지 못했다. 아니,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권준수의 공격 하나하나가 그의 몸을 관통하며 쾌락의 파도를 일으켰다. 코너까지 몰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도, 한지호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권준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비친 권준수는 더 이상 적수가 아닌, 자신을 완성시켜 줄 유일한 존재였다.

권준수의 주먹이 복부를 강타하자, 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크게 휘었다. 무방비하게 드러난 턱에 강력한 어퍼컷이 꽂혔다. 크윽 하는 신음과 함께 마우스피스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입안에 고인 피 맛이 비릿하게 번졌다. 하지만 고통은 쾌락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었다. 오히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만들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한지호의 안면으로 권준수의 마지막 스트레이트 펀치가 슬로우모션처럼 다가왔다. 피와 땀으로 번들거리는 글러브 너머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순간, 한지호는 온몸으로 그 쾌락을 받아들였다.

망치로 두드린 듯한 굉음과 함께 주먹이 안면에 작렬했다. 그의 얼굴이 글러브에 파묻히고 뒤통수가 링 코너에 강하게 부딪혔다. 희미하게 세어나오는 신음과 함께, 한지호는 저항 없이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 콤보 러쉬에 양 무릎을 꿇으며 링 바닥에 가라앉는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의 내면은 해방감과 희열로 가득 찼다. 마침내 모든 것을 놓아버린 순간이었다. 권준수에 의해 부서지고, 권준수에 의해 완성되는 순간. 그의 눈은 여전히 권준수를 향해 있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듯, 더욱 깊은 갈망이 그의 눈빛 속에 피어났다.

흐릿한 눈으로 권준수를 올려다보는 한지호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권준수

마치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듯 황홀한 표정으로 한지호를 내려다본다.

권준수

아아...그 표정...! 아름다워...한지호...!

권준수

한지호... 넌 정말 최고야..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권준수의 황홀한 표정이 한지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 한마디, 아름답다는 권준수의 말은 고통과 쾌락으로 마비된 한지호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찬사에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사정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현기증 속에서도, 권준수의 뜨거운 시선은 한지호의 모든 감각을 깨웠다.

권준수

내가 만났던 녀석들 중에 네가 최고였다.. 한지호..

갑작스럽게 얼굴에 닿아오는 권준수의 사타구니에 한지호는 움찔했다. 경기복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과 함께 진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짙은 정액 냄새. 자신에게서도 흘러나왔을 그 본능적인 향기에 한지호의 몸은 다시 한번 경련했다. 권준수의 나지막한 음성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권준수

보여..?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그 말은 마치 마법처럼 한지호의 모든 것을 해제시켰다. 억눌렸던 신음이 터져 나오며 한지호는 결국 링 위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지만, 그의 내면은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찾은 듯했다. 축 늘어진 몸으로 링에 누운 채, 눈을 감자, 핏빛 어둠 속에서 권준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한지호

아아... 권... 준수...

그는 이제 단순한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굴레를 끊어내고, 본능의 세계로 이끌어준 존재. 한지호는 자신을 향한 권준수의 시선이 마치 뜨거운 불꽃처럼 자신을 태우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영원히 이 링 위에서 그에게 유린당하고 싶다는 파괴적인 욕망이 그의 텅 빈 마음을 가득 채웠다. 형의 명령, 조직의 책임감 따위는 더 이상 한지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권준수만이, 그의 세계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권준수가 승리를 확신한 듯 한 팔을 높이 들었다. 링 위에 대자로 누워 경련하던 한지호의 시야는 점점 흐려져 갔다.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 그의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승리자의 환희에 찬 권준수의 얼굴이었다. 카운트 없는 경기 종료 선언은 한지호의 귀에 닿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한지호는 자신이 마치 심해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몸의 모든 감각이 마비되고, 오직 권준수의 존재만이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 그의 정신을 지배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몸을 뒤흔들던 격렬한 충격과 쾌락이 서서히 잦아들었지만, 그 여운은 더욱 깊고 진하게 스며들었다.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피 맛과 비릿한 향이 그의 코끝에 맴돌았다.

마침내 모든 감각이 정지한 듯 느껴졌을 때, 한지호의 몸은 링 위에 완전히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패배라는 이름 아래 찾아온 이 감정은 생경하면서도 묘한 희열을 동반했다. 형의 명령, 조직의 사냥개라는 굴레,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 오직 권준수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그의 손에 의해 완벽하게 부서져 내린 자신만이 존재했다.

의식이 가물거리는 와중에도 한지호의 심장은 여전히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니었다. 권준수를 향한, 형에게는 결코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갈망과 파괴적인 애착이 그의 심장을 옥죄었다. 이대로 권준수의 품에 안겨 부서져 버리고 싶다는, 지독하리만큼 매혹적인 파멸의 욕구가 그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링 밖의 소음, 환호성, 심지어 형의 그림자조차 한지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의 세상은 온통 권준수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을 무자비하게 망가뜨린 그의 손길이, 오히려 자신을 비로소 살게 했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이 한지호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이 패배는 단순한 끝이 아니었다. 권준수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핏빛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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